10.11.09 작성
감독 : 이창동
출연 : 설경구,문소리
삶은 아름답다?
영화 "시"를 보고 나는 이창동 감독에게 꽂혔다. 그리고 한국 영화에 대한 인식도 바뀌었다.
그런 이창동 감독의 영화를 한 편 더 보게 되었다. 박하사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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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1. 야유회. 99년 봄
영호(설경구)는 달려오는 기차를 향해 손을 뻗고 외친다. "나 다시 돌아갈래"
아직도 내 귓가에 영호는 그 말을 외치고 있다...
영호는 죽음을 통해 기차를 탄다. 그러나 기차는 과거로 향한다. 시간이 흘러 과거에서 현재가 되는 것일까, 아니면 현재가 있기에 과거는 재해석되며 존재할 수 있게 되는 것일까?
현재의 영호를 만든 것은 과거의 영호다. 그러나 그 과거의 영호는 다른 선택을 할 수도 있었다. 또 다른 관점에서 보면 과거의 영호는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었음에도 그 선택을 통해 현재의 영호를 만들었다. 아마도 둘 다 답이 되리라...
여하튼 감독은 자꾸만 과거로 이동한다. 그리고 그 영호의 개같은 인생을 다시 한 번 보여준다.
#2. 사진기. 사흘 전 봄
79년의 영호는 이름 모를 꽃을 찍으며 순수한 삶을 추구한다. 그러나 99년의 영호는 삶을 비관하며 그 아름다운 추억을 기억하고 다가가려 하지만(그러하기에 첫사랑, 순임의 병동으로 찾아간다) 그러기엔 너무 세상의 때를 많이 묻어 다가갈 수 없는(사진을 찍을 수 없는, 사진보다는 총이 어울리는) 남자다.
꿈조차 꿀 수 없는 비극...
#3. 삶은 아름답다. 94년 여름
영호는 홍자(영호의 아내, 김여진)의 불륜을 목격한다. 그리고 그녀를 정죄하지만, 그도 똑같은 짓을 한다.(회사의 미쓰리와 내연 관계) 그러하기에 분을 표출하지만 같이 산다.
미쓰리와의 관계 후 식사를 하는 도중에 영호는 한 사내를 만난다. 그 사내(박명식)는 영호를 보자 얼굴이 굳는다. 그리고 아직도 경찰하세요? 라고 묻는데... 이 후 영호는 한마디 말을 던진다. "삶은 아름답다."
집들이를 하는데, 술판을 앞에 두고 홍자는 기도를 하자고 한다. 술판과 기도... 기독교인이라고 하며 술을 마시기에 이 두가지가 성립할 수 있다. 참 두렵다. 구별되지 않는 우리의 삶이. 그리고 남들과 똑같이 불륜을 저지르고 살아가면서 눈물을 흘리며 기도를 하면 끝인 줄 아는 그런 삶이... 물론 굉장히 왜곡된 점도 많지만 그러한 시선 속에서 나는 죄책감과 두려움을 느낀다.
#4. 고백. 87년 봄
영호는 악랄한 형사다. 그는 한 사내를 붙잡는다.
박.명.식.
영호가 일하는 경찰서에는 떡하니 전두환 사진이 걸려있다. 영호는 학생운동 일당을 붙잡는 형사다. 그리고 수없이 많은 고문을 아무런 죄책감도 없이 행한다. 그러나 같이 일하는 경찰들과 있을 때 그는 평범한 경찰일 뿐이며, 아내와 있을 때는 그저 한 남편일 뿐이다. 나도 읽어 보지는 않았지만, 한나 아렌트의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이라는 저서에서 말했다는 "악의 평범성(?맞던가?)"이 떠올랐다.
그리고 여자를 끼고 놀면서, 미성년자가 왜 여기 있냐며 내 눈에 띄이지 말라는 영호의 이중성.
박명식은 결국 고문을 당하다 동료의 이름을 분다. 그러고 영호는 삶이 아름답냐며 묻는다. 그의 일기장에 적혀있었다고...
그 영호의 이중성이 절정을 이루는 곳은 군산에서의 모습이다. 옛 첫사랑의 고향이라는 군산. 그는 학생운동가를 잡으로 왔지만 또 한편으로 이 곳에서 첫사랑 순임이 생각을 한다. 그리고 순임이 생각을 하며 다른 여자와 동침한다. 그는 과거의 순수를 지향하지만 그 순수에 다가갈 수 없는 삶이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더욱이 그토록 화려한 수사어구로 표현한 그 곳에서 피를 본 그는.
#5. 기도. 84년 가을
신참형사인 그에게 홍자와 순임은 말한다. 경찰과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선배들도 순진한 그를 놀린다.
그런 그는 점차 위악적으로 행동한다. 일부러 그는 폭력적으로 수사한다. 그리고 과거의 순수한 모습을 부정하기 위해, 그의 손은 참 순수해 보였다는 순임의 말에 일부러 홍자의 엉덩이를 쓰다듬는 반응을 보인다. 그리고 그는 계속해서 변해간다.
#6. 면회. 80년 5월.
장소는 광주. 광주 민주화 운동 때의 군대의 모습이다. 구형군장, M16, X반도... 너무도 나에게는 익숙한 모습이다.
육군복무신조
우리는 국가와 국민에 충성을 다하는 대한민국 육군이다.
1. 우리는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며 조국 통일의 역군이 된다.
2. 우리는 실전과 같은 훈련으로 지상전의 승리자가 된다.
3. 우리는 법규를 준수하고 상관의 명령에 복종한다.
4. 우리는 명예와 신의를 지키며 전우애로 굳게 단결한다.
국가와 국민에 충성하라고한다.(국민이라는 말 속의 국가에 예속된 어감이 난 싫다.) 국가는 소중하다. 그러나 시민이 없는 국가는 존재하지 않는다. 군대는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영호에게 면회 온 순임을 보고 다들 용사의 다짐을 부른다.
남아의 끓는 피 조국에 바쳐 충성을 다 하리라 다짐했노라.~~
우리의 끓는 젊은 피는 어디를 향하는가. 우리의 돌이킬 수 없는 악한 모습을 만들어 가는 국가. 그러한 파시즘을 난 다시 한 번 경멸한다.
#7. 소풍. 79년 가을.
순수한 박하사탕과 아름다운 꽃.
영호는 어디서 본 듯하다고 하다. 현재와 과거가 이어진다. 그리고 그 과거에서 영호는 절규한다. 현재의 나를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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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은 아름답다? 과연 삶은 아름다운 것일까? 우리의 순수를 파괴하는 것은 결국 삶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삶을 통해 그것을 깨닫지 않는가! 참 역설적이며 중의적이다.
# "시"에서 보았고, "밀양"을 통해 들었던 것을 이 영화를 통해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되었다. 이창동 감독이 바라보는 기독교... 참 마음이 무겁다. 불편하다. 밀양을 통해 이창동 감독의 기독교관에 대해 참 많은 말들이 나왔고, 그에 대해 감독은 부정적 의도가 없었다고 대답한다. 사실 그의 기독교를 바라보는 관점을 볼 때, 왜곡된 것이 많이 보인다. 그렇지만 한 편으로는 그런 왜곡된 시선을 제공하게 한 우리의, 나의 모습을 돌아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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