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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2월 8일 토요일

행잉록에서의 소풍(1975)

11.07.08 작성

감독 : 피터 위어
출연 : 레이첼 로버츠,비비안 그레이


 조르주 쇠라의 그랑드 자트섬의 일요일 오후
 에드가 드가의 발레 수업
 르누아르 그림 속의 여인들
 모네의 몽환적인 빛.

 이 영화를 보면서 머릿속에 떠올린 장면들이다.

 이 영화에는 내용은 없다. 다만 사건과 영상, 그리고 음악이 있을 뿐이다. 이 모든 것들은 이 영화를 끌고간다. 학생들이 왜 사라졌는지, 어떻게 사라졌는지, 그리고 어떻게 찾을 수 있었는지 그 모든 것에 대해 영화는 설명하지 않는다.

 물론 클래식도 상당부분 차지하지만, 그보다는 스산한 소리들로 가득 차있으며, 영상으로는 바위와 구름, 그리고 생물들이 등장한다. 미란다를 비롯한 학생들이 사라질 때 그들은 인간이란 존재에 대해 비꼰다.
 높은 곳에서 바라본 사람들. 그들에게는 목적이 없어 보인다. 설령 목적이 있다하더라도 스스로도 알지 못한 채 자신의 기능을 수행할 뿐이다.
 독사과 독개미에 의해 소풍의 성패가 갈린다. 인간이란 존재는 그렇게 나약한 존재다.
 코르셋은 여성들을 억압한다. 그들은 교육과 품위라는 기준에 의해 스스로의 자유가 억압된 그러한 존재들이다.

 행잉록에서 화면의 상당부분은 카메라가 높은 곳에 위치해있다. 그리고 인간을 내려다본다. 인간이란 그리 대단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듯. 마치 우리가 비행기를 타고 지면을 봤을 때의 그 하찮은 감정을 불러일으키듯...

 영화는 그 어떤 것도 말하지 않는다.
 다만 관객들에게 그것을 맡긴다.
 그렇다면 나에게 이것은 어떤 의미일까?

 아마도 조그만 비닐하우스에서 한 할아버지의 말이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아닐까 조심스레 짐작해본다.
 이 세상에는 인간이 설명할 수 있는바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것도 있다고. 모든 것을 알 수 있는건 아니라고.
 그러나 인간은 스스로를 대단한 존재라 여기며 대단히 높인다. 그러나 이런 사건 하나 제대로 설명할 수 없는 것이 인간이다. 그리고 모든 것을 인간 안에서 설명하기 위해 우리는 자유를 억압할 수 밖에 없다. 그것은 코르셋(위엄)과 독사(위험)이라는 이름으로 지탱된다. 그러나 그것이 끝까지 살아남을 수 있는걸까?

P.S. 인간 존재의 헛됨과 부질없는 자유의 억압. 그렇지만 여전히 설명할 수 없는 그 무언가... 이것은 당시만의 모습은 아니다. 나는 이러한 현실을 군대에서 뼈저리게 느꼈다.
 며칠전 해병대에서 총기 난사사건이 발생했다. 군대의 부조리한 모습은 수도없이 겪고 봐왔다. 군 내에서 쉬쉬하는 그 사건들. 그리고 모든 것을 그들이 통제할 수 있다는 그 믿음에 대한 반란. 어쩌면 지금 우리 군대에 행잉록의 소풍은 재현되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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