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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월 19일 일요일

유럽여행 12일차 [12.12.24-13.1.31]

13.1.4(금)
# 인터라켄(스위스) : 쉴트호른
 어제 저녁 식사 시간쯤에 인터라켄에 도착했으니 꽤 일찍 도착했다. 그러나 그 시간에 산을 갈 수도, 레저 스포츠를 즐길 수도 없으니 그저 호스텔에서 성중이와 몇가지 게임들(포켓볼, 테이블 축구 게임, 탁구 등)을 즐기며 보낼 뿐이었다.
 인터라켄은 내일 알프스를 구경하기 위해 왔다. 강원도 속초와 느낌이 제법 비슷하다. 알프스를 구경하기 위해 온 도시이니 만큼 주변을 돌아보면 온통 흰 눈으로 뒤덮인 산들이 펼쳐져 있다. 한국에서도 가끔 눈덮인 산을 봤었기에 아주 낯선 풍경은 아니었으나, 높은 산들이 늘어진 모습은 충분히 위압감을 줄 수 있었다. 고대 로마인들이 저 알프스 산맥으로 한니발의 군대가 넘어오지 못할 것이라 생각한 것은 너무도 당연한 것이 아니었을까? 거의 불가능해보이지만 그것을 도전하고, 극복하는 그 자세를 생각해보게 된다.
 융프라우를 갈까, 쉴트호른을 갈까 계속 고민했는데, 당일 쉴트호른 날씨도 좋다고 하고, 가격도 훨씬 저렴하니 쉴트호른에 오르기로 했다. 글라이딩이나 다른 레저를 즐길까 해서 어제 알아봤으나 너무 비싸 아쉽지만 패스하기로 했다.

 쉴트호른으로 가는 기차는 인터라켄 동역에서 탄다. 갔더니 그렇게 한국인들로 북적댈 수가 없다. 초등학생 정도로 되어 보이는 어린 아이들이 인솔 선생님과 함께 탔다. 분명 알기로는 한국의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은 것으로 아는데, 저렇게 어린 애들까지 유럽 영행을 오는 걸 보니 조금 의아스럽기도 하다. 대충 한국인 반, 외국인 반인듯 했다. 이 두 그룹 사이에는 커다란 차이가 있었다. 한국인을 비롯한 동양인들은 대부분 맨몸이었던 것에 반해, 유럽에서 온 것으로 추정되는 관광객들은 모두 스키나 보드를 한 손에 들고 있었다. 겨울에 이곳에 와서 스키를 타기를 무척이나 기다렸던 것 같다. 나는 스키를 타본 적이 없었음에도 아쉬운데, 스키를 탈 줄 아는 사람들은 그 기회를 얼마나 아쉬워할까 싶다.

 라우터부르넨에 도착 후 이어 푸니쿨라(케이블카)를 타고 뮈렌까지 올라간다. 뮈렌은 해발 1600m쯤에 위치한 아름다운 마을이라고 소개되어 있었다. 대강 설악산 대청봉에 마을이 하나 있다고 생각하면 감이 오려나? 그런데 제법 큰 마을을 이루고 있다. 나무로 지은 집들로 보이는데, 영화 속 장면으로 들어온 듯 하다. 많은 사람들이 스키를 타러 갈 준비를 하고 있었고, 애들은 스키나 나무 썰매를 탄 채 부모들이 이끌어 올라가는 모습도 종종 보였다. 뮈렌에서 쉴트호른 정상까지 오르는 푸니쿨라까지 10-20분 정도 걸어 올라간다. 그러나 뮈렌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기에 지루하지 않았다.



 드디어 쉴트호른에 도착! 전망대가 해발 2970m라고 하니 백두산 천지보다 조금 더 높다. 천지만 하더라도 맑은 날씨를 보기 힘들다고 하는데, 이곳도 마찬가지 아니겠는가. 그러나 다행히 올라가자마자 날씨가 제법 맑아 융프라우를 비롯한 알프스의 경관을 살펴볼 수 있었다. 높은 설산에 오르면 얼마나 추울까 싶어 더 이상 껴입을 수 없을 정도로 껴입고 올라 왔는데 막상 오니 영하 6도밖에 안되어 오히려 더웠다. 한국이 추운건지 유럽이 따뜻한 건지 알 수가 없다. 내가 일병 위로 휴가를 나갔다가 복귀했을 때 103년만의 폭설이 내려 한달 내도록 눈만 치웠던 기억이 난다. 원래 눈을 좋아하지 않는데다가, 그 이후로 더욱 눈을 싫어하게 되었는데, 막상 이렇게 올라와서는 아름다운 설경을 보며 감탄하게 된다. 내가 쓸지 않아도 되는 눈이라 그런가보다. 여기 올라온 서양 사람들은 대부분 스키를 타고 내려가기 바쁘다. 그냥 저기로 내려갈 생각만 해도 짜릿한데, 실제로 스키를 타고 내려가는 사람들 기분은 더 짜릿하겠지. 올라온지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조금씩 흐려지더니 금새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된다. 잠깐이나마 맑은 날씨에서 경치를 감상할 수 있었기에 후회는 없었다. 다만 조금이라도 더 늦게 왔으면 아무것도 못봤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뿐이다.





 내려갈 때는 뮈렌에서 푸니쿨라를 타지 않고 기차를 타는 곳까지 걸어 내려갔다. 산은 역시 케이블카를 타고 가는 것과 걸어 가는 것에 차이가 있다. 사실 너무 껴입고 올라가서 걸어가기 귀찮기도 했지만 그래도 걸어내려가지 않았으면 못 볼 풍경들이 있었을테고, 그 사실조차 알지 못했을테고. 뭐든 그래서 한번씩 경험해봐야하나보다. 내가 경험해보기 전에는 항상 시야가 한정되어 있을테니.



 다시 돌아와도 시간이 한참 남아 숙소에서 편히 쉬었다. 오랜만에 이렇게 쉬는 것도 나쁘지 않다. 이제 내일부터 이탈리아에서 다시 피곤하게 될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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