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 생활을 하며 바쁘다는 핑계로 정말 오랜 시간에 걸쳐 읽었다. 흡입력은 상당했으나 내가 그것을 밀쳐냈다고 하는 편이 맞을 것이다. 여하튼 책을 읽고난 뒤 전반적인 나의 느낌에 대해 짤막하게 얘기해보고자 한다.
국내 작품도 읽어봐야겠다 생각한 찰나, 친구의 추천으로 "이승우"라는 작가를 처음으로 알게되어 이 책을 들게 되었다. 책을 몇장 넘기다보니 종교적 색채가 진하게 묻어난다. 검색해보니 서울신대를 졸업했다.
친구는 이 작가의 팬이다. 친구의 말로는 '단단한 문장'을 구사하는 작가라고 한다. 나는 그 '단단한 문장'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책을 덮은 이 시점에서도 정확히 모르겠다만 문체가 독특한 것은 느껴진다. 그는 문장을 점층적으로 발전시켜나간다. 그로인해 개인이 느끼는 감정과 행동에 이유와 정당성을 부과한다. 작가는 그 과정 속에서 이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해설한다. 마치 나 자신이 어떤 상황에 닥쳤을 때 스스로의 감정은 잠시 억누르고 머릿속으로 정리해나가는 것처럼 말이다.
이 소설은 하나의 사건으로 구성되어있지 않다. 과거와 현재가 뒤섞여 있고, 수도회와 바깥 세상이, 사랑과 종교와 세상 권력이 뒤섞여있다. 이 모든 것이 연결되게하는 것은 각 개인의 욕망이다. 물론 모든 인간은 스스로의 생각대로 행동하고 선택하는 존재들이지만, 결국 그 자신의 사고 체계와 욕망 안에서 선택하게 된다는 점에서 그 안에 구속되더있다고도 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며, 그 위에 죄책감을 덧입힌다.
삶과 역사는 개인에 의해 구성된다. 그러나 각 개인의 서로 다른 생각과 가치는 서로 충돌하기도, 조화를 이루기도 한다. 이런 상호작용 속에서 각자가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역사는 진행되기도 한다.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진행되는 것이 보편적이라고 하는 편이 더 맞겠다. 그러한 뒤엉킴 속에서 이루어진 결과뿐 아니라, 각 개인에게 시선을 돌릴 필요가 있다. 이 작품은 이를 집요하게 파고있다.
소설을 읽다보면 '나는 왜 소설을 읽는거지?'라는 질문을 하게 된다. 그 대답을 찾으려 많은 고민도 해보고 이유도 열거해본다. 그러나 매번 생각하지만 그 어느것도 딱히 와닿지는 않는다. 이 작품을 읽으면서 자전적 요소가 많이 내포되어있겠구나 싶다. 그러나 그것은 소설이라는 이름으로, 다른 사건으로 포장해서. 그러하기에 진실한 소설을 읽으면 작가의 경험과 감정과 생각들이 전해진다. 이것들을 우리에게 전해준다. 서로 다른 방식으로. 이 작품에서도 그런 작가의 감정들을 우리에게 고스란히 전해준다. 남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공감하며 잘 들어주는 사람에게 왜 그러하느냐고 물어보면 무엇이라 말하겠는가? 그저 들을 뿐이라고 하지는 않을까? 어쩌면 지나치게 목적성을 따지는 것은 잘 들어주지 않는 사람일 것이다. 다만 잘 들어주는 사람은 의도하지 않게 그 목적을 쟁취하겠으나. 나 자신이 훌륭한 독자라는 것은 아니다. 여하튼 소설을 읽는 이유에 굳이 얽매이지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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