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지

2013년 12월 14일 토요일

유럽여행 7일차 [12.12.24-13.1.31]

12.12.30(일)
# 파리(프랑스) : 마레지구(아스날운하,바스티유,보쥬광장,빅토르위고 생가,쉴리저택) - 파리 연합교회(예배) -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 - (뤽상부르 공원) - 소르본대학 - 팡테옹
 보통 교회를 다니지 않는 사람들과 대화를 할때는 "일요일"이라 표현하지만, 여기는 사적인 블로그이니만큼 "주일"이라 쓰겠다.

 벌써 파리에 온지도 5일째다. 이제 슬슬 다른 나라로 이동할 시기가 다가온다. 프랑스, 이탈리아는 유레일패스가 있어도 기차 예약을 따로 해야한다. 관광으로 먹고 사느라 그런지 한푼이라도 더 뜯어내려고 안간힘을 쓴다. 처음엔 이탈리아 기차 예약을 트랜 이탈리아에서 하려고 했다. 그런데 예매도 잘 안되고, 유레일패스있으면 역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다고 해서 구매하러 온 것이다. 게다가 이틀 뒤 스위스로 이동할 때도 처음오는 지리라 헤맬 수 있을텐데 미리 눈에도 익혀두고. 그렇게 우리가 온 역은 Bercy 역이다. 굳이 이곳까지 왔으니, 이 부근에서 구경하기로 했다.
 이 근처는 마레지구다. 바스티유, 보쥬광장 등 이 지역은 과거의 굵직한 역사를 각인시키는 곳들이 많다. 한편으로 트렌디한 매장들이 줄지어 서있는 곳이라고도 한다. 즉, 파리의 중세시대 현대가 공존하는 지역이다.
 돌아다니는데 슬슬 콩깍지가 벗겨져서 그런가 거리의 개똥냄새도 심하게 느껴지고, 노숙자들도 유독 많이 눈에 들어온다. 지하철 표 10장(까르네)을 미리 사두어서 쓰는데, 이 표가 계속 말썽이어서 출입을 못할 때가 많다. 이곳 지하철표는 사용하고 나면 시간이 찍혀서 다행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절반 이상을 날렸을 거다. 바꿀때마다 티켓 발매원도 귀찮은지 매번 표정을 찡그린다. 또 여기저기서 새치기도 많이 한다. 퐁피두센터에서도 그런 느낌을 받았고, 오르세에서는 당당하게 모녀가 새치기하는 것도 봤으니까. 지하철 입장 관리도 안돼서 다들 무임승차하고. 보면 볼수록 엉망인 나라라고 머릿속에 각인된다.

 다시 여행지 얘기로 돌아가겠다. 아스날 운하라는 곳이 있다. 산책로와 휴식공간이 잘 꾸며져 있어서 시민들이 많이 찾는다고 한다. 바닷물이 여기까지 들어오지는 않을거 같은데 짠내가 물씬 풍긴다.



 다시 지상으로 올라와 마레지구 길을 따라 걷는다. 바스티유 광장에 세워진 기념비가 인상적이다. 이 비는 7월 혁명을 기념하는 것이다. 그 장면은 들라크루아의 그림, "민중을 이끄는 자유"와 빅토르 위고의『레미제라블』을 통해서 쉽게 떠올릴 수 있다. 어릴적 광주 5.18 기념 공원을 들른 때가 떠오른다. 사실 그때는 초등학생 때라 별 느낌은 없었다. 그러나 민주화 운동을 알고나서 느낀 그 진한 감정을 이곳에 와서 조금이나마 다시금 떠올려보게 된다.


 맞은편에 있는 오페라 바스티유다. 파리에 온 첫날 봤던 오페라 가르니에와는 다른, 현대신 건물이다. 보기드문 신식 건물이었고 오페라 가르니에와 달리 공연도 많이 이뤄지고 있었다. 사실 오페라 가르니에에서 공연을 보고싶었으나 우선은 재쳐두었는데, 이곳까지 들르게 되니 공연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교회인지 성당인지 정확히는 확인 하지 않았다. 주일이라 예배/미사를 드리나보다.


 주변에 작은 음반 가게가 보여 들어갔다. 프랑스를 다니며 부러운 점은 이런 작은 가게들이 아직도 살아남아있다는 사실이다. 유명하지만 작은 카페, 빵집 등. 우리나라는 대기업들이 골목 상권까지 다 빼앗기도 했고, 작은 가게들이 소비자를 끄는데 게을리하기도 했고, 소비자들도 프랜차이즈를 찾다보니 이런 작은 가게들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사실 나도 그런 대형 서점, 대형 마트가 편해 애용한다만, 이러한 가게들이 아직 굳건히 버티는 프랑스가 부러운 것은 어쩔 수 없나보다. 또 레코드점에 들르며 신기했던 건, 우리나라 음반시장과 달리 이런 작은 레코드점도 살아있다는 사실이다. 저작물에 대해 존중한다는 뜻인가? 그런데 그것이 지하철 무임승차하는 이들의 모습과 잘 연결되지 않는다. 지나치다보니 또 작은 과일 가게가 보인다. 저렇게 과일들이 보이게 꾸며 예쁘긴 하지만, 공해에 그대로 노출될텐데.


 보쥬광장에 이르렀다. 어느 한 켠에서 첼로와 아코디언, 기타로 연주하는 이들이 보인다. 노래는 잘 모르지만 스윙 재즈인가보다. 어제 몽마르트르에서 봤던 하프 연주자처럼 이들도 공연을 하며 CD를 사가라고 기타 박스에 전시해두었다. 그래도 꽤 오랜 시간 봤는데, 사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따사로운 햇살을 맛보며 쉰다. 이런 휴식도 나쁘지 않다. 여행이라는게 항상 빡빡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사실 빅토르 위고는 내가 그리 좋아하는 작가도 아니고, 그의 작품을 많이 읽지도 않았다. 그렇지만 여기 그의 생가가 있다고 하니 들어가본다. 내일로 여행을 하며 전주에서 최명희 문학관을 갔는데, 그 작가의 작품을 한편도 보지 않았음에도 아직까지 떠오를 만큼 강한 인상을 받은 기억이 있기 때문이었다. 하물며 빅토르 위고의 작품은 어찌되었건 두 편은 보지 않았던가!(『레미제라블』,『노트르담의 꼽추』)
 뭐 그러나 막상 들어가보니 별 감흥은 없다. 문학적 향취는 사실 많이 사라져있다. 그보다는 정치가, 부르주아로서의 그의 삶이 더욱 두드러진다. 그런데 그가 걸작을 썼던 시기는 정치적으로 추방을 당해 시련과 고통을 겪었을 때라고 한다. 한편의 위대한 문학 작품을 내기 위해서는 그런 경험이 있어야 하나보다. 그의 생가에도 그 흔적들이 보였다면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을 느낀다. 프랑스에서는 의외로 동양 문화, 특히 일본 문화에 대한 동경을 많이 마주하게 된다. 빅토르 위고도 예외는 아니었음을 확인한다.





 쉴리 저택을 대충 둘러보고, 이제 교회로 향한다. 나중에 다른 교회들도 많이 다니며 알게되었는데, 보통은 교회 건물을 따로 짓지 않고, 과거의 성당을 잠깐 빌려서 예배를 드린다고 한다. 우선 교회 건물을 지을만큼 성도들이 모이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한인교회만 그런 사정이라면 모르겠는데, 만약 유럽 교회 전반의 문제라면 안타까운 일이다. 예배당에 앉아 기도하는데 눈물이 난다. 여행 중이라 사실 예배나 경건 생활에 있어 소홀히 하게 된 것이 사실이었는데, 이를 마주하게 됐으니 말이다. 가장 귀한 것을 드리는 것에 인색한 나. 그 한심한 나를 주님께서는 기꺼이 반겨주시니 그 은혜와 사랑에 감격할 따름이다.
 한국에서 파리로 오는 유학생 대부분은 음악 전공자다. 그래서 이곳에는 악기를 다루거나 성악을 하는 이들이 많았다. 플룻, 바이올린, 트럼펫 등의 악기로 연주가 이루어지고, 멋진 화음을 이루어내는 찬양대의 목소리는 굉장하다. 내가 여태껏 봤던 교회 음악 중 최고다. 그러나 예배 가운데 단연 감격케 하는 것은 말씀이다. 목사님께서 예배를 마치고 저녁먹고 가라고 하셨다. 그러나 오늘 민박집에서 삼겹살을 해주기로 했기에 사양했다. 이때까지는 몰랐다. 앞으로 교회 밥을 그토록 기다릴 줄은.

 다음으로 셰익스피어&컴퍼니라는 유명한 서점을 들렀다. 사실 별거 없다.


 뤽상부르 공원을 갔는데 폐관시간이다. 생각지도 못했는데 아쉽다.
 공원을 나와 거리를 돌아다니니 소르본 대학이 나왔다. 사실 파리의 교육 체계에 대해 왈가왈부할만큼 내가 잘 아는 것은 아니다. 다만 여행을 하는 시기에는 부정적인 입장이 강했으나, 지금 글을 쓰는 시점에서 보면 에꼴 폴리테크니크의 경우 좋은 학교고, 그 학생들도 자부심이 굉장하다고 들었다. 여행을 한 시점에는 평준화로 인해 많이 학력이 낮추어진 것은 아닌가 하여 더 부정적으로 봤다. 사실 아직도 잘 모른다. 다만 단편적인 지식과 고정관념으로 판단하는 것에는 항상 부작용이 뒤따르는데, 그 순간에는 그 사실을 잘 알지 못한다는 사실을 뒤늦게서야 깨닫는다.


 마지막으로 팡테옹을 대강 둘러본다. 아침에 나와 이때까지 구경을 하다보니 이제 다리가 아파서 팡테옹이건 뭐건 대충 보고 민박집에나 들어가고 싶다.


 민박집에 돌아오니 삼겹살을 구워주신다. 많이 돌아다녔고, 오랜만에 고기를 먹고 하다보니 아무리 먹어도 배가 고프다. 그래도 이렇게 삼겹살을 먹는다는 자체가 행복할 따름이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

Blogger Tips And Tricks|Latest Tips For Bloggers Free Backlink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