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리(프랑스) : 오르세 미술관 - 포룸 데 알 - 생뚜앙 시장 - 몽마르트르
어제까지 너무 힘들어서 오늘은 쉬엄쉬엄 다니려 했는데, 막상 나와보니 욕심이 생긴다. 하긴 내가 언제 이렇게 배낭 여행을 또 와보겠는가! 오늘도 역시나 힘든 하루를 보낸다.
여지껏은 성중이와 함께 다녔는데, 오늘은 오르세 미술관을 한번 가보고 싶어 오전에 따로 다니기로 했다. 뮤지엄패스는 2일권으로 구매해서, 오늘 들어가는 오르세 미술관은 돈내고 들어가야했다. 줄도 무지 길다. 9시 30분부터 개장이고, 나는 10시에 도착했는데, 1시간을 기다려 겨우 들어갔다. 성중이와는 12시에 만나기로 했는데... 시간이 너무 부족해 연락을 시도해보았으나 되지 않아 초조하다. 뿐만 아니라 미술관은 작을거라 예상한 나의 생각을 비껴간다. 그래서 1시간 남짓한 시간동안 급하게 둘러보았다. 역시 고흐 그림 앞에 사람이 가장 많았다. 고흐 자신도 일본 문화의 영향을 받았고, 일본인들 역시 고흐를 좋아한다고 들었는데. 그래서인지 여기저기서 일본어가 들린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로댕의 조각이었다. 사실 사진으로만 볼때는 로댕의 조각을 왜 극찬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나 오늘 보며, 그의 왜곡적 표현이 오히려 더 사실적으로 보게한다는 것에 놀랐다. 오히려 베르사유와 루브르에서 봤던 매끈한 조각들은 별 감흥이 없었다. 더 입체적이고 사실적으로 느껴졌다. 퐁피두센터에서도 느꼈지만, 현대 미술은 난해하게 보이기 위한 흐름이 아니라, 조금이라도 자기의 감정과 생각을 표현하려다보니 나타난 결과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사실 이러한 경향은 미술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내가 공부하던 전자기학이나 광자에 대해 공부할 때도 점점 더 모호해지는 것을 느낀다. 사실 그토록 많이 사용하는 복소수 개념 자체도 비직관적이고 말이다. 그러나 그 모호한 것에서 결과가 나온다는 사실이 신기할 따름이다. 조르주 쇠라는 점묘법을 이용해 그렸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것이 사실적으로 표현하기 위한 방법이었다는 사실은 충격적이었다. 카메라의 픽셀의 개념처럼 말이다. 그러나 그의 의도와는 전혀 다른 결과물을 낳았다. 오히려 순간을 잡아내려 한 인상주의 화가들의 작품이 훨씬 사실적으로 보인다는 사실은 굉장한 아이러니다. 나도 며칠간 여행을 하며 수없이 많은 셔터를 누르고, 펜을 휘갈겼다. 그것은 내가 바라본 피사체를 단순히 옮겨놓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느낀 이 감정을 다음에 다시 느끼고 싶어서다. 가끔 주객이 전도된 것은 아닐까 싶을 때도 있지만 말이다. 화가들도 마찬가지이지 않았을까 싶다. 여하튼 감상에 젖어들 틈도 없이 시간이 없어 빨리 둘러본다. 마네, 밀레 등의 그림을 그냥 지나치며 훑어 보기에 아쉽다. 그런데 이렇게 며칠동안 미술관을 둘러보니 서양은 초기에 '선'에 집중하다가 점차 선을 없앴는데, 동양 미술은 애초에 수묵으로 선 없이 표현했다는 사실이 신기하다. 참 이래저래 동서양은 많이 다르다.
대충 보고 갔지만 그래도 10분 가량 늦었다. 성중이가 기다리고 있으니 미안하다. 포룸 데 알 근처에서 오믈렛을 먹었는데... 가성비가 정말 나쁘다. 오믈렛을 시켰는데 그냥 넓적한 계란말이 하나가 나온다. 물론 빵과 샐러드, 감자튀김이 나오긴 했지만, 이게 6유로라니.(8500원 정도)
생뚜앙 시장은 그리 재미있지는 않았다. 대부분은 흑인들이 점령하고 있었고 그냥 서민들이 물건을 사는 시장인듯 했다. 옷이나 이런저런 잡화들을 파는데 그리 질이 좋아보이진 않는다. 그러다가 어느 골목으로 들어가보니 앤틱하고 고풍스러운 가구를 비롯하여 좀 비싼걸 파는 가게들이 눈에 띈다. 여기는 흑인들도 거의 없고, 주인들도 모두 백인들이었다. 인종에 따른 부의 차이가 많이 나나보다.
프랑스 문화를 떠올릴 때, '몽마르트르 언덕'을 지나칠 수 없다. 먼저 언덕 꼭대기인 사크레쾨르 사원에 리프트카를 타고 오른다. 파리에 저런 비잔틴 양식 건물이 있으니 이색적이다. 그 사원 아래 계단에는 빼곡히 사람들이 앉아 노래부르는 이, 축구 묘기를 부리는 이들을 구경한다. 그런 공연들을 하며 관광객들이 던져주는 돈은 적지 않다. 이것도 제법 짭짤한 돈벌이다. 홍대를 연상케 한다. 그러고보면 파리는 음악의 도시가 맞는듯 하다. 여기저기 붙어있는 음악회 포스터(내가 본것만 해도 비발디, 베토벤, 쇼팽, 드보르작, 쇼스타코비치가 있었다.), 지하철역과 거리 곳곳에서 연주하는 사람들(바이올린, 트럼펫, 아코디언, 첼로 등). 홍대에서 보던 길거리 공연보다 악기의 스펙트럼이 넓다. 그 말은 음악교육이 보다 보편화되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까 싶다. 나도 악기를 다시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나도 계단에서 일어나 내려가는데 하프 연주하시는 분도 있다. 이제 길을 따라 내려갔는데 길을 잘못들었더니 전부 성인용품 샵이다. 영화 "아멜리에"에 나온 그 샵들인가보다. 뭐 사실 몽마르트르를 연상했을 때 떠오르는 이미지가 술과 여자이기도 하니 뭐 그리 이상할 것도 없긴 하다. 원래는 물랭루즈, 물랭드라 갈라트를 숱하게 들어서 한번 보고 싶었는데 길을 잘못 내려가서 다시한번 올라가본다. 그런데 막상 올라가며 볼 때는 별것도 아닌데 뭐하러 다시 올라갔나 싶었다. 르누아르, 위틀릴로 등의 흔적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처음 올라간 언덕 꼭대기에 거의 다다랐다. 이제 조금만 더 올라가면 아까 갔던 그 사원인데 그 바로 아래에 수많은 화가들이 그림을 그려주고 있다. 여기까지 왔는데 나도 한번 흔적을 남기고 싶어 그림을 그려달라고 했다. 터무니 없이 비싸게 불러(50유로) 35유로까지 깎기는 했는데 좀 더 깎아야 했었다. 그림을 받아들고 오늘 하루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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