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리(프랑스) : 베르사유 궁전 - 루브르 박물관
어제와 마찬가지로, 오늘도 다리 아픈 하루였다. 그래도 뮤지엄 패스를 2일권으로 샀으니, 갈 수 있는 곳은 최대한 가봐야지 않는가!
먼저 베르사유 궁전으로 갔다. 사치스러움의 대명사에 걸맞도록 화려하게 금으로 장식하고, 거대하게 지어져 과시하고 있으나 오히려 촌스럽게 보인다. 그것에 압도당하기보다는 거부감이 들 뿐이다. 마치 졸부가 돈 자랑하는 것처럼. 개인적으로 이후에 간 퐁텐블로 성이 훨씬 좋았다. 내부는 사치의 절정을 보인다. 방마다 손길 하나하나가 느껴진다. 돌아다니면서 드는 생각은, 복도가 아니라 이렇게 방에서 방으로 연결되는 구조가 불편하지 않았을까? 하는 점이다. 뭐 화장실 없어서 그토록 더러운 것으로 유명했던 것은 차치하고서도 말이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오늘날의 파리는 개들이 아무곳에나 똥싸는 더러운 곳이다. 파리의 전통인가? 뭐 비하하고 싶은 생각은 없으나, 파리라는 화려함 이면에 감추어진 현실을 생각할 때, 어제 느끼지 못한 소설『개선문』속 파리가 오히려 떠오른다. 물론 각 방마다 용도는 다르겠지만, 방을 끊임없이 지나서 나타나는 것은 결국 방일 뿐이다.(응접실, 침실 등)
궁전 내부를 둘러보고 정원으로 나왔다. 정원 역시 정말 크다. 스탠리 큐브릭의 작품(영화), "샤이닝"(1980년)을 보면 미로같은 정원을 헤매는 장면이 나온다. 이곳은 미로라기보다는 파리 도심지처럼 잘 짜여진 도로같지만, 그 거대한 규모 속에 들어갔을 때는 미로같아, 그 영화가 떠올랐다. 이 거대한 규모를 뽐내기 위해 얼마나 많은 이들의 희생이 따랐을까? 나폴레옹이 이곳을 참 좋아했다던데. 처음 그를 찬양했던 자들도, 그의 이런 행보에 얼마나 많이 실망했을까? '영웅 교향곡'을 작곡한 베토벤의 실망과 분노를 이해하게된다.
정원을 둘러보는데 빨간 패딩을 입은 흑인 한명이 다가와 사진 찍어달라며 부탁했다. 굉장히 유쾌한 성격 탓에 같이 얘기하며 사진찍는 시간들이 즐거웠다.
루브르 박물관으로 가기 전 몽파르나스 역에 잠깐 들렀다. 몽생미셀로 가는 TGV를 예약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생각보다 너무 비싸다. 몽생미셀은 다음을 기약하기로 한다.
이제 그 유명한 루브르 박물관으로! 건물 외벽을 따라 걷고 있는데 끝나지 않을 정도로 크다. 그 유명세만큼이나 안에는 사람들로 바글바글하다. 내부에 들어가서 팜플렛을 하나 집었는데 한글로 적힌 것도 있다. 내심 자랑스럽다. 루브르 박물관 전시 내역을 얼핏 살펴보면 그들이 얼마나 파렴치한 약탈꾼이었는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그러면서 문화대국이라고 자랑해대면 얼굴이 화끈거리지 않나 싶다. 루브르 박물관에서 가장 인기있는 전시물은 스탕달 신드롬의 주인공이기도 한 "모나리자"! 물론 나도 가장 먼저 모나리자를 보러 갔지만 말이다. 그러나 겹겹이 쌓여있는 사람들을 뚫고 지나갈 엄두가 나지 않아 멀리서 대충보고 넘어간다. 뭐 그것말고도 관람할 것은 산더미처럼 쌓여있으니 말이다. 중세시대의 미술을 먼저 본다. 세밀하긴 하지만, 명암과 원근감이 없기에 느낌이 확 죽는다. 사실 그러한 미술만을 접했던 스탕달이, 다빈치의 작품을 봤을 때 그토록 놀랐을 수도 있겠다고 느끼게 된다. 물론 그림을 그릴 때의 환경이 밝지 않은 탓도 있지만, 명암을 더욱 강조하기 위해 바로크 시대에는 어두운 곳에서 촛불을 키고 그림을 그렸다. 그렇게 본다면 명암과 색채는 모두 만족하기 어려운 것이겠지. 그러하기에 르누아르가 대단하지 않은가! 미술 작품들을 쭉 둘러보며 갑자기 드는 생각은, 나도 또한 이러한 대립되는 요소들을 조율하는 예술가이지 않는가라는 생각을 해본다. 엔지니어들은 수많은 조건들을 서로 trade-off해야만 하는 위치에 서 있다. 그런 과정을 겪기에 오늘날의 PC, 스마트폰 등의 제품들이 나올 수 있는 것 아닌가! 물론 예술가들이 한 것처럼 단 '하나'의 작품이 아니라, 무수히 '많이' 양산되는 것이기에 그 가치는 현저히 낮아보이지만, 그 양산때문에 우리의 삶은 오히려 더 높아지지 않았는가! 대개 진정한 살림꾼들은 평가절하를 받게되나보다. 뭐... 이런 한탄아닌 한탄을 하며 둘러보게 된다. 도자기들도 살펴보는데, 역시 도자기는 고려 청자와 조선 백자만한 것은 없는듯 하다. 여러가지 주제, 지역별로 전시관들이 존재하는데, 이러한 전시관의 개수는 약탈의 개수를 보여주는 것이다. 대놓고 '이집트관'이라고 광고하지 않는가! 관광객 입장에서는 한곳에서 볼 수 있으니 편하긴 하지만, 빼앗긴 나라의 입장에서는 억울할 법도 하다. 물론 일부러 전시하도록 주는 경우도 있지만 말이다. 이틀 연속으로 밤늦게까지 돌아다니다보니 허리가 끊어질것만 같다. 미리미리 운동을 해둘걸 후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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