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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1월 29일 금요일

유럽여행 4일차 [12.12.24-13.1.31]

12.12.27(목)
# 파리(프랑스) : 노트르담 성당 - 생샤펠 성당/최고재판소/콩시에르주리 - 시청 - 생드니 성당 - (점심) - 오랑주리 미술관 - 퐁피두센터 - (저녁) - 개선문 - 샤이요궁/에펠탑
 한인 민박은 아침, 저녁을 주니 좋다. 아침을 든든히 먹고, 이른 아침에 밖으로 나선다. 사실 이날 일정을 많은 이후에 사람들에게 얘기하면 어떻게 그렇게 돌아다녔냐고 물어볼 정도다. 사실 미술관만 2개를 하루에 간 것 자체가 말이 안되긴 하지만. 그렇지만 경비 절감을 위해 뮤지엄패스를 산 상황이었기에 최대한 많은 곳을 가는 것이 이득이었고, 한 곳에서 자세히 보는 것만큼 대충 보더라도 여러 곳의 분위기를 느끼고 싶었다.
 먼저 시테섬으로 갔다. 시테섬은 우리가 이날 볼, 노트르담 성당, 생샤펠 성당, 최고재판소, 콩시에르주리가 몰려있는 곳이다. 세느강에 떠 있는 아주 작은 섬이다. 세느강 자체가 매우 작기 때문에 클 수가 없긴 하다. 6학년때였나? 홍세화씨의『세느강은 좌우를 가르고 한강은 남북을 가른다』를 읽었다. 사실 너무 오래 전에 읽었고, 어릴 때 읽었기에 내용이 잘 기억이 나진 않는다. 다만 기억나는 것은 똘레랑스, 조국에 대한 안타까움, 파리에 대한 동경이다. 이후 파리의 역사,『구별짓기』(부르디외 저), 파리의 경제난 등을 들으며 파리에 대한 동경은 많이 사라졌으나, 여전히 파리의 '우아함'에 대해서는 막연한 기대가 있었나보다. 최근에 본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도 한 몫 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 기대의 중심에 있던 세느강을 본 순간 좀 당혹스러웠다. 내가 생각한 세느강은 이런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한강이 얼마나 큰 강인지 느낀다. 물론 요즘은 깔끔하게 정비되어 있기도 하지만, 한강이 얼마나 큰 자랑거리가 될 수 있을지 돌아보게 된다.

 '노트르담 성당'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파리 드 노트르담' / '노트르담의 꼽추' 일 것이다. 나도 어릴적 비디오 테이프로 만화를 본 기억이 떠오른다. 처음에는 그 규모에 감탄을 했지만, 생각보다 별 감흥이 있지는 않다. 지나친 장식때문에 외부건, 내부건 가릴 것 없이 어수선할 뿐이다.





 생샤펠 성당은 잘 모르는 곳이었다. 다만 시테섬에 있는 관광지 중 하나였고, 노트르담 성당과 가까웠기 때문에 들렀을 뿐이다. 규모도 굉장히 작다. 그러나 노트르담에서 느낀 실망감을 충분히 메워줄만큼 나는 이 성당에 매료되었다. 1층은 굉장히 낮다. 이 성당이 풍기는 이미지는 굉장히 귀족적이다. 이렇게 1층이 낮은것으로 보아, 2층은 굉장히 높을 것이라 예상하게 되었고, 1층은 평민들을 위한 공간, 2층은 왕실과 귀족들을 위한 공간일 것이라 예측하게 되었다. 좁고 꼬불꼬불한 게단을 따라 올라가니 2층은 예상한대로의 모습이다. 노트르담은 5랑식으로 기둥이 나뉘어져 있는데 생샤펠은 하나의 공간이다. 공간은 훨씬 작지만 기둥이 시야를 가리지 않아 훨씬 웅장하게 보인다. 물론 공간 너비에 비해 높은 것도 한 몫으로 작용했겠지만 말이다. 벽면은 스테인드글라스로 화려하게 장식되어있다. 스테인드글라스는 성경의 장면들을 묘사하는 하나의 이야기를 이루고 있다. 왼쪽에서 오른쪽, 아래에서 위로 읽어야 한다길래 읽어보려 하는데 쉽지 않다. 사실 이것이 이콘의 한계이지 않을까? 아무리 그림과 조각으로 내용을 전달하려 하지만 전달하기 쉽지 않을뿐더러, 전하는 것은 순간의 이미지일 뿐이다. 그러나 말씀은 단순히 우리에게 그 찰나를 전하지도, 이야기만을 전하지도 않는다. 물론 지금처럼 많은 사람들이 문자를 쓰지 않고, 책도 보급이 되어있지 않았기에 이러한 수단을 고려한 것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내가 보기에 이건 그저 과시용일 뿐이다. 움베르토 에코의『장미의 이름』을 읽으면, 젊은 수도사인 아드소는 수도원의 문양을 보고 놀라 무릎을 꿇는 장면이 나타난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콘의 역할은 이것 이상이 될 수 없다고 느낄 따름이다. 오늘날 교회는 어떠한가? 성도들은 말씀이 지루하다고 문화적인 것에 집중하고 있니는 않은가? 이렇게 돌아보게 된다. 제일 앞에서 황제가 늠름하게 서있을 모습이 상상된다. 모든 것은 앞의 공간으로 집중된다. 보통의 성당은 라틴 크로스의 구조를 간직하는데 이 또한 생략되었다. 그저 내 머릿속에는 영화속에서 보던 황제의 사열만이 떠오를 뿐이다. 그만큼 앞의 공간에 집중되어있었다. 종교적이라기보다는 종교의 이름을 빌어 사용한 프랑스 왕의 공간으로 여겨질 뿐이다.





 최고재판소는 법원으로 현재 사용되는 건물이다. 굉장히 커서 여기저기 돌아다니는데 위치를 까먹게 된다. 법원으로 사용되고 있고, 실제로 여기서 일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렇게 관광객들이 들어오면 얼마나 귀찮을까?




 꽁시에르주리는 실망 그 자체다. 뮤지엄패스가 있었기에 길게 줄을 서지 않고 들어갈 수 있었으니 망정이지. 공간을 보여주기보다는 프랑스 궁전과 성에 대해 가르치려 든다. 마치 학습 교보재처럼. 불어에 대한 자부심때문인지 영어로된 설명이 생략된 경우가 많다. 그저 성이라는 공간에 대한 이미지를 환기시키는데 그칠 뿐이다.

 퐁네프 다리를 건넌다. 사실 처음 시테섬에 왔을 때 지하철을 타고 바로 왔기 때문에 지금에서야 세느강을 봤다. 그러나 역시 글은 쓰다보면 시점이 왔다갔다 바뀌게 된다.
 강변을 건너가니 시청사가 있다. 그 앞에는 스케이트장을 설치해두었다. 어제 샹젤리제 거리에도 그랬고, 앞으로 다닐 수많은 곳에서도 이렇게 스케이트장을 임시로 설치해둔 곳이 많았다. 나는 스케이트를 잘 못타니 안탔지만, 겨울에 시내에서 이렇게 스케이트를 타는 것도 재밌겠다 싶다. 그냥 걸어가는데 아저씨들이 성중이에게 신문을 억지로 손에 쥐게하려 한다. 그 신문을 받으면 이제 신문을 받았으니 돈을 내놓으라고 하는 것이다. 뭐 사실 거의 강도짓이다. 지금와서 말하는건데 시테섬에서는 집시들이 많았다. 그 집시들은 종이에 서명을 부탁하는데(서명운동) 거기 서명을 하면, 뒷면에 규정을 보여주며(자기들이 맘대로 정한) 돈을 내놓으라고 한다. 어제 민박집에서 그런 사례를 들었기에 당연히 쌩까고 지나갔는데, 그러자 집시가 쪼인트 깠다. 뭐 아플 정도는 아니지만 그런 제스처가 굉장히 기분 나빴다. 비슷하게 성중이도 계속 신문을 받지 않자 그 아저씨는 짜증나는지 성중이 옆구리를 주먹으로 때린다. 세게는 아니었지만. 포기하고 돌아가고 다른 백인 관광객에게 가는데 백인들에게는 그렇게 못한다. 신문을 한번 받아들고 별로라고 다시 돌려주니 아무말하지 못한다. 이런게 인종차별이구나 싶다.

 점심 시간이라 배가 고프지만, 굶주림은 잠시 잊고 다음 행선지를 향했다. 다음 들를 장소는 생 드니 성당. 사실 초기 고딕에 속하는데, 아미엥 성당과 헷갈려 성기 고딕으로 착각했다. 건물을 보면서, 뭔가 이상했는데 뒤늦게 깨닫는다. 내 머릿속 지식이 눈으로 바라보는 것을 왜곡시켰다. 근데 그게 우리의 일상이니까.
 생 드니 성당은 프랑스 외곽에 있다. 잠시 중심부를 벗어나 멀리 나간다. 명동에서 의정부를 가는 느낌이라 생각하면 될 듯 하다. 중심부에서 벗어나 있다보니 관광지 안내가 잘 되어있지는 않다. 메트로 근처에 있는데도 조금은 헤매다 도착했다. 밖에서 보는 생 드니는 노트르담처럼 화려하지 않다. 중세 농촌 한 가운데 우뚝 솟은 교회탑. 아마 동화를 읽으며 흔히 머릿속으로 그려보는 그 이미지이지 않을까 싶다. 내부에는 조명을 설치하지 않았다. 그래서 당대 느꼈던 채광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초기 고딕이라 우선은 채광을 확보하는 것이 급선무였기에, 스테인드글라스의 색은 매우 연하다. 또 노트르담처럼 노란 등을 설치하지 않았기에 어느 현대건물에서나 느낄 수 있는 자연 그대로의 빛이다. 회색 벽과 만나니 심심하긴 하다. 그러나 나는 그 수수함이 좋다. 가톨릭 교회는 '예배'가 아닌, '미사'를 집전한다. '미사'는 제사의 개념을 차용했기에 성직자와 평신도 간의 엄격한 구분이 존재한다. 그 분할이 현격히 느껴진다. 성당 앞쪽 지하에 있는 납골당을 둘러보고, 위로 올라갔다. 아래를 내려다본다. 성직자들의 무덤 위, 높은 공간이라는 두가지 의미가 합쳐진 이 자리에 섰을 때, 그들은 스스로를 우쭐해하지는 않았을까?





 생 드니 부근에는 다른 관광지가 없기에 다시 파리 중심부로 돌아왔다. 점심 때가 지나, 간단히 끼니를 때우고 오랑주리 미술관으로 간다. 모네의 수련 연작을 가장 멋지게 전시하는 미술관으로 평가받는 이곳! 설레는 가슴을 달래며 들어간다. 역시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시간이 없어 충분히 감상하지 못한 것이 아쉬울 뿐이다. 평소 세잔의 그림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는데 왜이리 멋있는지. 특유의 냉혹하고 차가운 이미지가 죽음을 떠오르게 한다. 몇몇 화가들의 작품에 대해 지극히 개인적인 감상을 적어보자면,
Cezanne(세잔) - 냉혹함, 차가움. 어두움과 죽음을 연상시킨다.
Soutine(차임 수틴) - 고흐를 혐오했다고 하는데 그의 그림은 고흐를 연상시킨다. 노랑/초록/빨강 등의 밝은 물감을 사용하면서도 밝지 않다. 그의 그림의 뒤틀림이 오히려 날것 그대로를 보여주는 듯 하다.
Monet(클로드 모네) - 수련 연작은 역시 걸작이다. 조용한 듯 하지만 순간의 이미지는 역동적이다. 밀란 쿤데라가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 대해 느낀 것이 이런 기분일까 싶다.
Renoir(르누아르) - 그의 그림은 한결같다. 그 부드러움이 좋다.
Utrillo(위트릴로) - 그의 시각으로 비추어진 부조리한 파리, 몽마르트르. 그러나 대조적으로 밝고 활기찬 빈민들의 모습. 그런데 이 현실이 지금이라 별 다를 것이 없기에 더욱 쓸쓸하다.
Andre Derain(앙드레 드랭) - 그의 그림은 황토빛이다. 그의 광대 그림은 결코 신나지 않는다. 삶의 고단함 때문이었을까? 광대들은 웃지 않는다.
Matisse(마티스) - 눈을 흐리게 뜨면 보이는 날것 그대로의 원색.
Le Douanier - 처음보는 화가였다. 그런데 느낌있다. 입체감을 죽이고 그렸으나 그것이 생동감을 한층 높여주는 듯 하다.
Modigliani(모딜리아니) - 그의 그림의 여성들은 눈이 파랗다. 그리고 유려한 곡선들. 그의 그림은 어디서든 눈에 띈다.
Marie Laurencin - 이 화가도 처음보는 화가다. 모르는 화가지만 그림이 맘에 들때는 기쁘다. 숨겨진 아름다움을 발견한 기분이다.

 이번에는 퐁피두센터. 여지껏은 뮤지엄패스로 빨리 빨리 들어갈 수 있었는데, 이곳은 뮤지엄패스가 있어도 줄이 매우 길다. 1시간이나 기다려야했다. 현대 미술을 전시하기로 유명한 이곳은 건물자체부터 독특하다. 내게는 낯선 현대 미술과 19세기 초 미술을 빠르게 훑어보았다. 사실 백팩을 메고 하루종일 돌아다니다보니 허리가 아파서 꼼꼼히 보고 싶어도 그럴 수 없었다. 현대 미술이 추상으로만 흐른다고 막연히 생각했는데, 아닐 수도 있겠다 싶다. 발코니로 아파트를 엿보는 관음증적인 작품을 보면서, 후설, 사르트르가 말한 순간의 경험을 우리에게 직접 경험케 하는 것이 그들의 목적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이 생각은 이후 베르사유/루브르/오르세를 돌아다니며 더욱 확고해지게 되었다. 그리고 '질감'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되었다. 어쩌면 추상으로의 몸부림은, 그림으로 표현할 수 있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몸부림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프란시스 쉐퍼 박사(특히 그의 저서『존재하시는 하나님』에 서술한대로)의 통찰력은 실로 대단하다.

 빠르게 민박집에서 저녁을 먹고 다시 나왔다. 사실 힘들어서 나오기 싫었으나, 비싼 돈 들여 왔는데 열심히 돌아다녀야지라는 집념으로! 개선문을 오른다. 사실 뮤지엄 패스가 있으니까 갔지만, 돈내고 갔으면 허무했을 듯 하다. 그냥 야경 구경하는 셈이지 뭐. 사실 개인적으로 개선문을 생각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레마르크'의 소설『개선문』이다. 그러나 올라와서 샹젤리제를 볼 때, 가장 떠올리기 힘든 것이 소설『개선문』의 불안과 절망이지 않을까 싶다. 이 얼마나 큰 아이러니인가!



 오늘의 대단원은 에펠탑으로 장식한다. 에펠탑이 잘 보인다는 샤요궁으로 갔다. 여김없이 흑형들은 에펠탑 모형을 팔아제낀다. 뭐 그래도 이 흑형들은 시테섬과 시청사에서 본 집시들에 비하면 신사적이다. 뭐 이곳까지 와서 에펠탑을 보긴 했지만, 사실 어디서든 에펠탑은 정말 잘 보였다. 에펠탑이 싫어 에펠탑 안에 머물렀다는 작가, 모파상의 말이 신빙성있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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