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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1월 27일 수요일

유럽여행 3일차 [12.12.24-13.1.31]

12.12.26(수)
 아침 일찍 일어나 공항으로 간다. 8시 버스를 타고 가는데 아직도 어둡다. 어제는 5시부터 어둡더니.(일몰은 3시 40분) 겨울에 이렇게 해가 짧은데, 여름에는 얼마나 길까? 썸머타임이 당연하겠구나 싶다.
 라이언 에어를 탔는데, 많은 사람들이 짐때문에 고생한다. 저가항공인 반면, 수하물 크기 추가에 대해 매우 민감하게 페널티를 주기 때문이다. 나는 다행히 수하물을 추가해서 상관 없었지만, 성중이는 배낭이 커서 이것저것 물건을 빼고 주머니에 넣느라 고생하고 있다. 우리만 그러는 것은 아니다. 기내에 들어섰다. 그런데 생각보다 기내에 짐을 넣을 공간이 크잖아! 뭔가 속은 기분이었다. 그러나 잠시 뒤 이륙을 하는데 비행기가 무게를 버거워하는게 느껴진다. 그렇게 힘들게 힘들게 파리로 향한다.


#파리(프랑스) : 오페라 극장 - 마들렌 성당 - 콩코드 광장 - 샹젤리제 거리
 에딘버러에서 파리까지는 가깝다. 비행기로 2시간 반이 채 걸리지 않았다. 그러나 셔틀버스를 타고 시내로 들어가는게 한참 걸린다. 차도 안막히는데 왜이리 버스는 속도를 안내는지. 나도 영락없는 한국사람이다.
 그리고 팁 하나! 나중에 런던에 가서야 알게된건데 영국에서 프랑스로 건너오는건 라이언에어가 제일 싸다. 유로스타가 제일 비싸고, 고생해서 버스를 타고 오는게 그 다음, 그리고 라이언에어가 제일 쌌다. 시간은 제일 적게걸리던데.
 숙소에 짐풀고 가볍게 시내를 둘러보기로 했다. 여행객들을 위한 조그마한 팁! 아무리 물가지수를 고려한다고 해도 유럽의 담배값은 엄청 비싸다. 물가가 제법 저렴한 폴란드만 하더라도 담배값이 한국의 5배는 되는 것 같다. 한국에서 사간 말보로 한 줄은 그러하기에 큰 자산이 된다.('보루'라는 표현도 일제의 잔재라네요.) 담배 한 줄(공항 면세점에서 2만원)로 민박 하루치(30유로, 대략 4만 2천원)를 계산할 수 있었으니까.
 시내에서 가장 먼저 들른 곳은 오페라 극장.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벽면을 가득 메운 음악가들의 조각, 반짝이는 색채, 수많은 장식으로 기교를 뽐내는 건물의 외벽. 건물을 보며 감탄하고 있을 때 피아노 소리가 들린다. 많이 들었던 곡인데, 생각해보니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21번의 1악장이다. 오페라 극장과 어우러지는 낭만적인 모습. 내가 파리에 오긴 왔구나!


 사실 파리에 온 첫날이라 시간이 많지 않다. 게다가 시차로 1시간을 더 날렸으니. 오페라 극장에서 가까운 마들렌 성당을 들어갔다. 코린트식 기둥으로 둘러싸인 직사각형의 신전 모습이다. 밖에서 볼 땐 투박한데, 안으로 들어가니 수많은 조각들과 볼트로 화려하다. 벽면에는 페디먼트가, 그 안에는 성인들의 조각이 있다. 수많은 이콘(성화)들이 수를 놓고 있다. 그리스 문화와 뒤섞여 있다. 그것도 '신전' 문화와. 가톨릭의 혼합주의는 그렇기에 께름칙하다. 앞으로 끊임없이 보지만, 성당을 한바퀴 둘러보고 마치는 지점(입구 앞)에서는 기념품 장사가 이루어진다. 예수님께서는 '내 집은 기도하는 집이라' 외치신 모습이 머릿속을 스친다.





 어느덧 해가 졌다. 그래도 여행 초반이라 아직은 의욕이 넘친다. 조금 더 걸어나간다. 걸어나가는 동안 건물들은 모두 비슷비슷하고, 방사형으로 도시는 잘 닦여 있다. 파리시 재개발의 결과다. 예전 내일로 여행을 하며 청평호를 봤던 기억이 떠오른다. 눈 앞의 아름다움 이면에는, 과거의 눈물이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콩코드 광장부터 개선문까지 샹젤리제 거리가 펼쳐져 있다. 왠지 샹송, "오! 샹젤리제"가 틀어져야만 할 것 같다. 성탄절 분위기가 아직 가시지 않았다. 길거리는 노점들로 가득하고, 나무에는 불빛으로 반짝인다. 이를 후원하는건 Samsung! Samsung Galaxy관도 있다. 메트로(지하철)를 탔을 때는 삼성과 LG 광고가 도배를 하고 있던데. 삼성의 규모가 체감으로 다가온다. 샹젤리제 거리는 거의 명품 거리다. 개선문에 거의 다다를 즈음에, 루이비통 본점이 있다. 매우 긴 줄이다. 나도 줄을 서긴 했는데... 중국어, 한국어가 계속 들린다. 우리도 거지간히 명품을 좋아하나보다. 첨언하자면, 여행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와 조정래의 신작, 『정글만리』를 읽었다. 거기보면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세 개의 명품 브랜드가 나온다. '루이비통, 구찌, 까르띠에'. 그 이유를 책에서 보여준다.
 "값비싼 명품이면 딱 봐서 명품 표가 확 나야 명품이지, 다른 것들은 명품인지 뭔지 표가 잘 안나잖아."
 "후후후, 우리 엄마도 알 건 환히 다 아신다니까. 그래요, 명품은 누가 봐도 명품 표가 딱 나야 명품 든 기분이 나요." (정글만리 2권 中)
 프랑스 패션 시장을 과제로 찾기도 했고, 영화「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를 보기도 했다. 명품 시장 자체를 부정할 필요도, 사는 사람들을 비판할 생각도 없다. 누구나 하나쯤은 뽐내고 싶은게 있으니까. 인간인 이상 그 누구도 여기서 자유롭지 않을테니까. 품목은 다를뿐. 그러나 줄 선 사람들 대부분이 아시아 사람이라는 사실은, 현재의 아시아 모습을 너무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한 30분을 기다렸더니 매장에 들어갈 수 있다. 이런 명품 매장도 제법 신기한 세상이다.





 잠깐 시내를 둘러봤지만, 정말 소매치기가 많다. 그러나 그에 적절한 치안은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프랑스의 경제 상황이 느껴진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유럽의 투표율을 부러워한다지만, 유럽 사람들은 오히려 한국의 투표율을 부러워한다고 한다. 왜냐하면 투표율이 높다는건 그만큼 경제상황이 좋지 않다는 말이니까. 우리나라가 경제 상황이 좋다고 말하지는 못하겠다. 그러나 외국에서 볼때는 다른가보다.(에딘버러 편 참조) 여하튼 이후에도 여러 나라를 둘러보며 확실한게 느낀건 우리나라만큼 치안이 좋은 나라는 드물다는 사실이다. 이게 유럽의 현 모습이다. 내가 느끼기에 유럽은 나르시즘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사실 동아시아(한국, 중국)의 역사에 유럽이 자랑할 수 있는 기간은 기껏 몇백년 안되지 않는가! 그러면서 세상의 주인인 양 행세하던 모습이 싫었다. 뭐 현재의 모습이 가장 중요한 것이지만 말이다. 그래서였을까. 묘한 쾌감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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