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2.24(월)
김포 - 베이징 경유 - 암스테르담(경유/관광) - 에딘버러
외할머니 댁에서 하룻밤을 자고, 새벽 4시 40분에 일어나서 김포로 갔다. 영하 15도? 너무 춥다. 부산에 있다가 올라온 탓에 더더욱 추위를 느낀다. 게다가 7시부터 수속을 시작하는데 너무 일찍 와버렸다. 조금이라도 더 잘걸... 하는 후회가 밀려왔다.
사천에 살 때는 서울로 종종 비행기를 타고 왔다. 그때는 김포 공항이 그렇게 커보였는데. 물론 인천공항으로 많은 부분 넘어가며 작아진 것도 있겠지만. 세월이 지나면서 커보였던 것들이 점점 작아진다. 내 모습도 곧 그리되겠지.
비행기에 오른다. 설렌다. 비행기를 타면 항상 밖을 내다본다. 가까이서 보았을 때는 감흥이 없던 풍광을 멀리서 보면 새롭다.
외할머니가 멀리 간다고 아침밥이라도 든든히 챙겨 먹으라고 주셨는데. 기내식이 또 나왔다. 이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이었는지 파리를 떠난 후 절실히 느끼게 된다.
중국 남방항공으로 표를 예매했기에 베이징에서 경유. 시간이 촉박하다. 다행히 서울에서 중국에 연락을 미리 해주어, 빠르게 수속 받았다. 분위기가 참 딱딱하다. 1시간 남짓의 시간이었지만 이곳이 중국임은 너무도 쉽게 느껴진다.
유럽 사람들은 크리스마스가 우리나라의 설, 추석과 같나보다. 그 시간은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라 여행을 잘 안간다고 한다. 그래서 크리스마스 이브의 표가 싸다고, 이날 예매를 했다. 그래서인지 암스테르담으로 향하는 비행기 안은 텅텅 비어있다. 누워서 가는 사람이 있을 정도다. 아침에 일찍 일어난 탓에 피곤해서 기내에서 잠도 보충하고, 기내식도 먹고, 간식 먹으며 영화도 보고... 그러다보니 어느새 도착하기 30분전이다. 떨리기 시작한다. 어떤 세상이 펼쳐져 있을까?
#암스테르담(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는 경유 시간이 길어서 잠깐 시내로 나갔다. 서울과 달리 고층 건물이 없다. 시내로 나가기 위해 기차를 타는데 정차하고서 문이 열리지 않는다. 나와 성중이(같이 간 동생)가 멀뚱히 쳐다보자 뒤에있던 사람이 어떤 상황인지 짐작했는지 문을 열고 들어간다. 새로운 곳에 왔음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아무것도 모른채 암스테르담 거리를 걸었다.
1) 서울보다 사람이 없다.
2) 서울은 참 밤이 활발한 도시다.
3) 서울처럼 높은 건물이 없다.
4) 마치 한 사람의 계획인 것처럼 빨간 벽돌 건물이 늘어져있다. 건물과 건물 사이 틈도 없다. 심지어 차도도 빨간 벽돌로 된 곳이 있었다. 내가 기억하는 것이 맞다면 르네상스 양식의 특징이다.
5) 한강은 참 큰 강이다.(라인강을 보며)
6) 트램이라는 새로운 교통 수단이 보인다. 그러나 서울에 있으면 교통체증을 유발하는 주범이 되겠지! 이국적인 정취는 듬뿍 담겨있다.
7) 자전거가 참 많다.
8) 여기저기 자국의 화가들을 광고한다. 반 고흐, 베르메르, 램브란트, 라파엘... 물론 유럽이 관광으로 먹고 살기에 그런 면도 있겠으나, 이렇게 자국의 자랑거리를 내세우는 당당함이 멋지다. 우리나라는 아직은 그렇게 하기에는 사람들이 너무 바빠 생각할 겨를이 없나보다.
9) 쇼핑 거리도 명동과 달리 빨간 벽돌 위에!
10) 아치와 신전 페디먼트 양식이 곳곳에 두드러진다. 우리나라는 사실 급격히 발전을 이루었기 때문에 이런 전통과 미에 눈돌릴 틈도 없었고, 촌스럽게 여겼다. 그렇게 서울은 형성되었다. 그에 반해 유럽은 이러한 과거의 양식들을 끊임없이 계승하고 있다. 그러나 너무 얽매이는 건 아닌가 싶다.
11) 확실히 서울보다 위도가 높아 그런지, 해가 빨리 진다. 그러나 서울만큼 춥지는 않다.
10)번을 보다 살펴보면... 서울이 활발하고, 즉흥적이고, 트랜디한 이미지라면, 이곳은 짜임새있고 우아함을 갖추고 있다. 큰 성당이 있었는데, 다른 건물과 마찬가지로 동일한 양식으로 지어져 있었다. 그런데 20세기 건축물이다. 전통을 지키기 위한 모습은 알겠으나 지나치게 아르카이슴적이지 않나하는 생각이 끊임없이 든다. 그래서 사람들의 편의는 오히려 뒷전이 되어버린. 사실 건강한 건축은 미와 실용성이 함께 가는 것이 아닌가? 이런 생각은 유럽의 현 모습을 바라보는 나의 첫번째 시선이 된다. 여행을 하며 유럽이란 곳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계속 들이밀게 되는데... 그 내용은 차차 얘기하겠다.
또한 네덜란드 하면 떠오르는 것은 화란 개혁교회다. 아브라함 카이퍼, 헤르만 바빙크, S.G. 더흐라프 등... 훌륭한 신학자, 목회자를 배출한 나라다. 그런데 이 도시에서 그들의 자취는 찾기 힘들다. 그저 과거 찬란했던 역사의 뒤안길일 뿐이다. 내 조국은 어떠한가? 아니, 나 자신의 모습 어떠한가?
# 에딘버러(스코틀랜드)
(유학중인) 성욱이가 머물고 있는 에딘버러로 갔다. 내일이 성탄절이기 때문에, 이틀동안은 관광을 하기 힘들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우리도 성욱이와 이곳에서 우리만의 성탄절을 즐기기로 했다.
공항에서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데 도시가 깜깜하다. 그러나 그 어둠속에서도 스코틀랜드가 느껴진다. 암스테르담이 따스하고 아기자기한 느낌이었다면, 이곳은 잿빛의 성을 지키는 중세 기사가 출현할 것만 같은 곳이다. 당장에라도 아더왕이 엑스칼리버를 뽑아 눈앞에 나타날 것만 같다. 작지만 위엄을 잃지 않는 자태를 뽐낸다.
성욱이 방에 도착했다. 아파트의 난방은 좋지 않다. 카펫을 깔고 라디에이터를 켰다. 분명 로마가 2천여년 전 보일러 시스템을 개발했는데 왜 이들은 그걸 활용을 안할까 하는 생각이 든다. 여튼... 긴 하루가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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