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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6월 19일 목요일

유럽여행 13일차 [12.12.24-13.1.31]

13.1.5(토)
# 밀라노(이탈리아) : 스포르쩨스코성 - 다빈치 박물관 - 밀라노 두오모 - 비토리오 엠마누엘레 2세 갤러리 - 스칼라 극장 - 리나센테 백화점 - 몬테 나폴레오네/스피냐 거리
 파리에서 전대를 계속 차다가, 귀찮기도 하고 이정도까지 조심할 필요는 없겠다 싶어 바지 주머니에 지갑을 넣고 다녔다. 그러나 이탈리아의 그 끔찍한 명성(소매치기)에 두려워 다시 전대를 차기 시작한다.

 스피츠에서 기차를 갈아탄 후 밀라노로 도착하는 표를 예약했다. 예약한 기차 시간이 매우 이른 시간이었기에 꼭두 새벽부터 일어나 역으로 향했다. 그런데 인터라켄은 여행을 제대로 하지도 않았고, 또 너무 어두워서 방향 감각도 없는 상태인데다, 인터라켄 서역은 가본 적이 없었다. 계속 걷기는 하는데 뭔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음을 나도, 성중이도 직감하고 있었다. 그러나 뭐 대책이 없기에 계속 걷고 있었다. 그러던 중 성중이가 지나가던 차를 세워 길을 물어보는데 우리가 정반대편에 가고 있다고 운전자가 말해주었다. 아, 그 때의 좌절이란! 다행히 그 운전자 분이 가는 방향은 인터라켄 서역과 반대 방향이었고, 직장 일로 급히 가야하는 상황이었음에도, 우리가 다시 걸어가면 기차를 놓칠 상황을 알기에 역까지 태워주셨다.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을 뿐 아니라, 그분이 베푸신 친절에 매우 감사했다.
 인터라켄-스피츠는 스위스 열차였고, 스피츠-밀라노는 이탈리아 열차였다. 스위스에서는 좌석 예약 개념이 없었기에 아무 자리나 앉았었는데, 이탈리아는 한국처럼 좌석을 예매하는 방식이었다. 처음에는 이를 모르고 아무 자리나 앉아 자고 있었는데, 뒤늦게 내가 앉은 자리의 주인이 깨워서 설명을 듣고 내 자리로 찾아갔다. 이제 눈을 뜨고 보니 해가 밝았고, 알프스를 뒤로한 채 이탈리아 내륙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남쪽으로 내려가서 그런가 다들 옷차림도 한결 가벼워 보였다. 뒤로 보이는 알프스도 산 정상부만 눈이 조금 있을 뿐이었고, 옆을 스쳐가는 경치는 봄철의 경치였다. 이제 시선을 돌려 기차 안의 사람들을 본다. 라틴 민족이라 프랑스, 스위스에서 봤던 사람들보다는 덩치가 작긴 했는데 잘생기고 예쁜 사람들로 넘쳐나 있었다. 스마트폰 액정을 통해 비친 모습에는 오징어가 있을 뿐이었다.

 드디어 밀라노에 도착했다. 여지껏 봐왔던 도시들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파리에도 물론 차가 많긴 했으나, 이렇게 쌩쌩 달린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 건물들도 다른 도시들에서 보다 고전적인 면모를 많이 느꼈는데, 적어도 밀라노 역전은 신식 빌딩으로 가득하다. 급한 성격과 고층 빌딩을 보니 마치 한국인 듯 싶다. 성격이 급해서 그런가 살 찐 사람도 많이 없는 것도.
 여행 책자에서 Postello 호스텔이 가장 저렴해서 홈페이지에 나와있는 주소로 메일을 보냈었는데 답장이 없었다. 예약은 안됐지만 그냥 직접 찾아가면 자리 있겠지 싶어 무작정 찾아간다. 분명 주소의 위치에 왔는데 호스텔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다. 뭐지? 대책은 없고, 무작정 그 주위를 빙글빙글 돌다가 답답해서 사람들에게 짧은 영어로 물어보는데, 영어로 의사소통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답답할 따름이다. 그러다가 영어를 할 수 있는 분을 만나 얘기를 했는데 거기 있는 호스텔은 망한지 벌써 몇년 째라고 한다. 내가 가져간 가이드북은 작년판이었는데. 가이드북에 대한 신뢰도가 확 떨어지고, 짜증이 치밀어 오른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다른 숙소를 찾아야지. 일단 인터넷에 접속할 수 없으니 가이드북에 나와있는 숙소 중 가까운 곳으로 전화를 해보기 시작한다. 국제전화라 돈은 많이 들지만 다른 방안이 없으니까. 몇군데 호스텔에 전화를 하는데 받지 않아, 그냥 한인 민박으로 갔다. 다시 거기까지 이동하기는 짜증나지만 그래도 어쩌겠는가. 우여곡절 끝에 숙소에 도착했는데 마침 숙소에 사람이 없다며 가격보다 더 좋은 방을 내주신다.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는데 파리에서보다 훨씬 직관적이다. 여행객을 배려하는 건지, 티켓도 1일권이 아닌 24시간권이다. 객차의 외벽은 그래피티로 그려져 있고, 객차 내에서는 바이올린 연주가 퍼지고... 예술의 도시의 향취를 흠뻑 느낀다. 유럽 사람들은 어지간히 담배를 좋아하는지, 객차 내에서는 전자 담배를 핀다.
 사실 밀라노 여행은 처음부터 꼬였다. 유럽 여행 준비를 미리 안하다가, 기말고사를 마친 후 급하게 계획을 다시 세웠는데, 그러다보니 밀라노에 도착하는 일정이 변경된 것이다. 그 전에 미리 모나리자를 보기 위해 예약도 했는데 갈 수 없게 되었을 뿐 아니라, 우리가 밀라노에 도착하는 날은 스칼라 극장에서 공연도 없는 날이었다! 게다가 숙소까지 꼬여버리다니.

 빨간 벽돌의 스포르쩨스코 성으로 향하는데,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는 잡상인들이 먼저 인사한다. 건물은 기본적으로 좌우 대칭으로 만들어져있으나, 기둥, 벽면 장식 등이 미묘하게 다르다.







 다빈치 박물관은 실망이었다. 초등학생 교육용 과학관 느낌이 강하다.

 밀라노에서 가장 유명한 것을 꼽으라면 '두오모'를 꼽지 않을까? 어마어마한 인파가 몰려있다. 사진으로 봤을 때는 별 감흥이 없었는데, 화려하면서 동시에 웅장한 건물 앞에서 입이 절로 벌어진다. 수많은 뾰족한 탑들이 하늘을 찌른다. 게다가 백색의 대리석은 신비감을 더욱 조성한다. 내부로 들어서며 사실적으로 그려놓은 스테인드글라스를 보고 놀란다. 꼭 이곳 성당에서만 느낀 것은 아니지만, 어느 성당을 가든 장사 속이 빤히 보여 썩 기분이 좋지는 않다.(기념품 가게, 촛불 등) 문화 유산의 관점으로 보면 어쩔 수 없어 보이기도 하지만, 종교가 상품화가 된 모습은 여전히 불편하다. 미사를 드리는지 다들 내보낸다.



 내가 찍은 사진도 한 장 더. 피곤했나보다. 원래 표정이 저런건가.



 두오모 정면으로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 갤러리가 펼쳐져 있다. 화려한 외관도 놀랍지만, 이렇게 사람이 많은데 쇼핑이 가능하다는 사실이 더욱 놀라울 따름이다.




 갤러리를 통과하고 나니 스칼라 극장이 보인다. 유럽 3대 오페라 극장으로 꼽힌다는 명성에 비해 매우 수수하다. 공연을 볼 수 없다는 아쉬움 때문인지, 아니면 계속 걸어다녀 다리가 아파서인지 극장 앞을 서성이며 아쉬움을 달랜다.


 두오모 앞에 있는 리나센테 백화점으로 향한다. 어찌나 사람이 많은지 빈공간을 찾을 수가 없다. 인파에 치여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끝까지 올라갔다가, 사람이 너무 많아 그대로 내려온다. 패션과 쇼핑으로 유명한 도시라 그런지 거리마다 쇼핑백 몇 개씩 팔에 걸고 다니는 사람들로 넘친다. 좀 쉬다가 한산해질 시점에 다시 돌아다닌다. 가게들이 문을 닫아 한적하나, 내부가 유리벽을 통해 보여서 구경할 수 있었다. 성냥팔이 소녀가 따뜻한 벽난로가 있는 집을 훔쳐보는게 이런 기분이었을까 싶다.

 숙소에 돌아오니 또다른 여행객이 있었다. 그 친구는 정말 자유 여행을 만끽하고 있었다. 계획없이 기차타고 돌아다니다, 예뻐보이면 역에서 내려 구경다니고, 또 정처없이 다른 곳을 향해 가고. 반면 돌아보건데 나는 돈을 최대한 아끼기 위해 열심히 계획을 세우고 최대한 많은 것을 보겠다고 지친 몸을 이끌며 계속 돌아다녔다. 물론 돈이 없으니 어쩔 수 없는 것도 있었겠지만, 왜 나는 그렇게 여유가 없었을까? 여행인데도 왜 이렇게 치열하게 돌아다닌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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