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1.1(화)
# 리옹(프랑스)
아쉬움을 뒤로한 채 아침 일찍 파리를 떠난다. 메트로를 탔는데 한 아저씨가 "곤니찌와"라고 인사하길래, 한국인이라 밝혔더니 서울과 올림픽을 안다면서 이래저래 말을 늘어놓는다. '한국'이 주는 첫인상이 긍정적인지, 부정적인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사람들이 알고 있다는 사실에 뿌듯하다.
사실 오늘 최종 목적지는 제네바다. 파리에서 제네바까지 TGV를 타고 가면 2시간이면 가지만, 어차피 신년 첫 날이라 어디 들어갈 수도 없을테고, 돈도 아끼자는 성중이의 의견대로 느린 열차를 타고 천천히 가기로 했다. 한번 환승을 해야하는데 그 환승 지점은 리옹이다.
리옹이라고 할 때 누군가는 생텍쥐베리를, 빛 축제를 떠올릴 수도 있겠지만, 나는 올림피크 리옹만 생각날 뿐이다. 사실 유럽 축구를 열심히 챙겨보지 않았기에 당연히 리그앙까지 챙겨보지는 않았지만 무회전킥으로 이름을 떨친 주닝요의 동영상은 수차례 봤으니까.
다른 기차로 갈아타기까지 시간이 그리 넉넉치 않다. 한시간 남짓밖에 없으니 구시가지까지 갈 수는 없고 역 주변만 잠깐 둘러본다. 파리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현대식 건물로 들어서있고, 트램이 지나다닌다. 그런데 일반 버스도 트램이 다니는 길로 갈 때는 위로 전선줄과 연결해서 다닌다. 무슨 원리인지는 모르겠다. 경차들이 많다. 우리나라는 차가 부의 척도가 되어버려서 작은 차를 꺼리는 경향이 심한데, 그런 허례허식들은 우리도 좀 버렸으면 좋겠다.
돌아다니다가 성당이 하나 보여 들어갔다. 파리에서 숱하게 본 관광지로서의 성당이 아닌, 현재 미사를 드리는 공간으로서의 성당이었기 때문이다. 입구에는 예배 시간이 적혀있고 성탄절 행사를 위해 소박하게 꾸며놓은 것들이 눈에 들어온다.
시간이 없다보니 얼마 돌아다니지는 못했다. 그런데 그 사이에 불량 청소년들을 만나게 되었고 돈을 내놓으라고 한다. 나도 제법 꾀죄죄했는데 얘네는 나보다 더하다.아. 한국에서도 일진들과 만나기 싫은데 이곳에서 만나다니. 지폐는 뺏길 수 없어(난 가난한 여행자다) 그냥 동전 몇푼이나 준 후, 돈 없다고 도망갔다.
다시 기차를 타고 제네바로 간다. 아름답게 드리워진 푸른 풀밭 위에 자리잡은 나지막한 집들을 스쳐간다. 어느덧 노을이 붉게 타오르자 건물들도 붉히며 인사한다. 아주 좋은 집들은 아니겠지만 여러 집들이 함께 모여있어 포근한 농촌의 풍경을 이룬다. 우리나라의 농촌처럼 휑하지는 않다. 프로방스의 따스함이 갑자기 궁금해진다.
어느덧 제네바에 도착했다. TGV를 타면 2시간이면 도착한다는데 이렇게 한나절을 다 써서야 도착했다. 여행이니까 이렇게 다니지만. 돈이 좋기는 좋다. 뭐 공부 열심히 한다고 돈 더버는건 아니겠지만 그래도 돈 열심히 벌어야겠다는 생각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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